내가 자란 원천지 용안 칠성골은 개방이 늦은 오지로 귀가 어두운 산골이다.
   이것 시골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전통 초가지붕 아래 무쇠 솥을 걸고 엄마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지어 주셨기 때문에 숭늉도 맛이 있었고, 콩보리 누룽지도 안방 구석에 항상 놓여져 있어 잘도 먹었었다.
   푸다닥 푸드득 마른나무 타는 열기에 엄마의 얼굴도 아궁지 앞에서 빨갛게 달아오르면 묵직한 쇠 솥에서 쌀이 잘 익어 푹신 퍼진 구수한 밥맛은 지금의 전기 밥솥보다 훨씬 맛있었다.
   이제 나이가 더 들어서 그런지 겨울이 오면 그때 시절이 생각난다. 꽁꽁 얼어붙은 교실 칠판 앞에 있는 대대로 물려받은 소중한 난방용 난로가 그것이다. 함석으로 만든 원통형 연통은 창 밖으로 뽑아 세웠고, 연료는 학교 뒷산 솔방울 아니면 고목 서성가지를 구해 지폈다. 이렇게 반 학생들의 결집으로 튼튼한 무쇠 난로가 달구어지면 온 교실안은 후끈후끈 온기가 감돌아 춥지않게 공부 할 수가 있었다. 비록 난로가 빨간 녹이 슬어서 보기에는 깔끔하지 못했지만 고맙게도 추운 겨울 우리 친구가 되어준 쇠난로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학급 당번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쇠난로에 마른 쏘시개를 넣고 불씨를 넣으면 난로는 커녕 비명을 마구 지를 것이다. “아~야, 아~야 내 몸 너무 뜨거워 어째, 그만 그만들 해”하고 말이다.
   그러나 대단한 불꽃에도 소리없이 잘도 견디는 쇠난로의 뛰어난 우수성을 모든 사람들은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쇠난로에 관해 관심이 많으셨다. 철강의 특이한 성격인 열 흡수력과 발산력의 위력 때문에, 방과 후 화재 염려로 교실 주변정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신 것으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더구나 대부분 교실 바닥이 나무판자라서, 위험한 요소가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애당초 교실안 난로 받침판은 화재방비 목적으로 함석판 위에 모래를 깔았다.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우리 학급 친구들은 난로를 중심으로 많은 추억거리를 남기어 지금도 그때가 그리워진다.
   무쇠 난로가 달아올라 한창 뜨거워지면 몇몇 친구들이 책보자기에 생고구마를 싸가지고 와서 오손도손 난로 위에 구워먹던 정다운 순간들을 정말 잊을 수 없다. 교실안에 무쇠 난로가 없었다면 어찌 좋은 추억을 남겼을까! 그 뿐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철강에 관심을 쏟다보니, 철강의 쓰임은 모든 문명 산업에 기초소재를 제공해 주는 유일한 인류의 등불임을 알았다. 보라! 철이 있기에 거대한 교각을 세워 수문을 만들며, 도시 고층건물이 세워지며, 화재 예방 방비벽으로도 쓰여 모든 재해를 막아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깨달은 것이다.